여행 & 쉼 시리즈

[혼자 떠나는 여행] 1편- 혼자 가본 첫 여행, 낯설지만 편했다

coverstory9 2025. 4. 1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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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년이나 지났지만,
그 여름의 공기와 바다 냄새는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처음으로 혼자 떠난 여행이었다.
누가 대신 정해준 시간도,
함께 맞춰야 할 일정도 없었다.
그게 참 낯설고도 설레는 시작이었다.

차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서울에서 남해까지 2박 3일 여정을 잡았다.
어딘가 꼭 가야겠다기보다는
그냥, 바다가 보고 싶었다.
지쳐 있었던 것 같다.
회사일에, 육아에, 반복되는 일상에
조금은 숨이 막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
시간도 오래 걸렸고, 길도 익숙하지 않았지만
괜찮았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내가 정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든든했다.

📍 그날의 나,

여행길 위에서 햇살은 따뜻했고, 마음은 조금 들떠 있었고 혼자 떠나는 길이지만 괜찮다고, 잘 가보자고 내가 나에게 웃어주던 순간

 

남해에 도착한 건 한낮의 햇살이 가득한 오후였다.
7월의 바다는 생각보다 더 깊고, 더 파랬다.
산도, 하늘도, 작고 한적한 마을도
모두 처음 보는 얼굴처럼 낯설었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혼자였지만 여유로웠고,
여유롭지만 외로웠다.
그 두 감정이 번갈아 밀려왔다.
카페에 앉아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다가,
문득 오래전 기억들이 떠올랐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와 조용히 이야기 나누는 시간.

밤이 되자, 파도 소리가 더 또렷해졌다.
혼자 묵은 큰 펜션, 넓은 방과 텅 빈 소리가
괜스레 무섭게 느껴졌다.
파도는 끊임없이 들려오는데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낭만보다 조금은 낯설고, 솔직히 말해 살짝 무서웠다.
그래도 그런 밤도 나쁘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그런 감정조차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관광지를 걸을 때면
혼자 있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곤 했다.
괜히 민망한 척, 괜히 당당한 척.
하지만 어느 순간엔 그냥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 여행은 나만의 것이고,
그 사실이 점점 더 좋았다.

길을 따라 걷다 만난 풍경들은
아직도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작고 예쁜 독일 마을,
햇살 가득한 미국풍 거리,
다랭이논의 정갈한 계단들,
그리고 넓은 목장의 시원한 바람.
그곳에서 나는 참 자주 멈춰 섰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그 자리가 좋아서.

저녁엔 조용한 바다가 보이는 펜션에서
소주 한 잔, 해산물 몇 점,
그리고 나.
아무도 시끄럽지 않은 그 밤이
나를 조용히 풀어주었다.

왜 그 여행을 떠났을까.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때의 나는
아무도 아닌 ‘나’에게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여행은 그렇게 나에게
아주 작지만 깊은 쉼을 선물해 줬다.

혼자였지만, 참 좋았다.
낯설었지만, 이상하게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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