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없지만 힐링은 있었다. 혼자니까 더 웃겼던, 국내 여행기 10선”
“혼자 여행 가면 외롭지 않아요?”
정말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그럴 때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혼자여서 외로운 게 아니라, 같이 가면 더 피곤하거든요.”
혼자 떠난 여행엔 싸움도 없고, 의견 충돌도 없고, 회의도 없고, 늦잠 자도 뭐라 할 사람도 없습니다.
대신 있습니다.
갑작스런 방향 전환, 즉흥적인 맛집 탐방, 생각 없는 산책, 그리고 혼잣말 중얼중얼.
(길에서 나랑 눈 마주친 고양이가 놀랄 정도로 혼잣말을 했습니다.)
그렇게 나는 혼자였고, 그래서 더 자유로웠고, 더 많이 웃었고,
가끔은 너무 웃겨서 스스로한테
“야 너 왜 이러니?” 하기도 했습니다.
그 모든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국내 혼자 여행지 베스트 10.
말하지 않아도 좋았던 그곳들을 소개합니다.
🛵 1. 제주도 – 두 바퀴 + 바람 + 한라산 소주 = 자유 끝판왕
제주도는 내가 가장 자주 혼자 간 곳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오토바이 탈 수 있고, 고등어회 있고, 흙돼지 있고, 한라산 소주 있고…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한가요?
3박 4일간 오토바이 타고 섬을 돌면서 느꼈죠.
아… 나는 지금 바람과 연애 중이구나.
단, 바람과 연애하려면 필수 준비물이 있습니다.
헬멧, 선크림, 그리고...
기름 값입니다. (기름은 사랑입니다.)
마을 하나하나가 그림이고,
소주 한 병에 시 한 편이 나오는 곳,
그곳이 바로 제주도입니다.
…마을 골목 구경은 필수.
걷다 보면 "여기 살까?" 하는 생각이 괜히 듭니다.
이곳에서 나는 자유와 함께, 진짜 쉼을 배웠다.
⛰️ 2. 설악산 – 등산은 힘들지만… 정상에서 용서됨
설악산을 혼자 올라가면 두 가지가 생깁니다.
무릎 통증, 그리고 감동.
중간쯤에서 숨 넘어가듯이 올라가다
딱 고개 들었는데 바다가 보이는 순간.
그간의 욕설이 감동으로 바뀝니다.
“설악아… 미안하다… 너 진짜 멋있다…”
산도 있고 바다도 있는 설악산은
혼자 힐링하러 갔다가
몸살 힐링까지 얹어오는 기묘한 경험을 주는 곳입니다.
…설악산은 1박 2일이면 몸과 마음에 껴 있던 먼지가 싹 날아가는 곳입니다.
산과 바다가 함께 내게 건넨 건, 고요한 쉼이었다.
🌲 3. 지리산 – 자연인이 되고 싶었던 도시인의 3박 4일
지리산에서의 첫날 밤.
나는 자연인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바로 물티슈로 씻었죠.
“야생의 기운이 느껴진다…” 하면서도
전기장판을 켠 건 저입니다.
하지만, 해 뜨는 소리, 풀 내음,
별이 쏟아지는 그 밤하늘 아래선
뭐든 다 용서가 됩니다.
지리산은 사람을 납작하게 만들어줍니다. 마음을요.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게 느려지고 고요해졌습니다.
자연 속에서 나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쉼의 경지에 다다랐다.
🧘 4. 양양 – 감성 충전소에 불시착한 도시인
양양에 가기 전엔 “서핑지?” 정도로만 알았는데
막상 도착하니
사찰, 오대산, 바다, 커피, 산책길, 감성, 눈물… 이 모든 것이 양양에 있더군요.
조용한 산길을 걷다가
잊고 있던 노래 가사가 떠오르고,
사찰 앞마당에서 갑자기 ‘내 인생 계획표’를 작성하고 있는 나를 봤습니다.
혼자 가면 꼭 이상한 짓 하게 되는 곳이에요. 좋은 의미로.
…양양은 ‘그냥 바람 쐬러’ 갔다가 ‘내 인생을 다시 정리’하게 되는 기적의 도시입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삶에 필요한 쉼표 하나를 찍었다.
🌊 5. 거제도 – 멍 때리기 고수들만 입장 가능
거제도에선 혼자 앉아 멍 때리기가 국룰입니다.
정확히는 ‘바다 멍.’
신비의 바닷길은 타이밍 잘못 맞추면
“길 있대서 왔는데 바다밖에 없는데요?” 상태 됩니다.
그래서 바다를 탓하는 혼잣말을 하게 되죠.
“야… 나랑 약속했잖아…”
이쯤 되면 혼자 여행하다
자연에게 말 거는 경지에 오르게 됩니다.
…자연에게 말 거는 경지에 오르게 됩니다.
거제도는 말이 필요 없는 쉼의 마을이었다.
🌅 6. 서해 – 썰물의 타이밍은 연애보다 어렵다
서해는 자연 다큐 그 자체입니다.
밀물, 썰물, 갯벌, 갈매기, 삽질(진짜 삽질).
갯벌 체험을 혼자 갔다가
어쩌다 삽 든 뻘밭 아저씨가 된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썰물 타이밍 딱 맞춰 드러난 바닷길을
혼자 걸으며 드는 생각은 이거 하나.
“야… 바다가 길을 내줬다.”
그 한순간만으로 서해는 위대한 바다입니다.
…거의 지구 다큐멘터리급 생명력.
밀려나듯 걷다가도, 다시 품어주는 서해는 쉼의 바다였다.
🏝️ 7. 강화도 –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만능섬
강화도는 솔직히 작아 보이지만,
가보면 **“어? 이것도 있네?”**의 연속입니다.
전통시장, 카페, 갯벌, 사찰, 펜션, UFO 간판까지.
게다가 서울에서 가까워요.
가까운 데 먼 척하는 도시. 약간 츤데레.
그래서 혼자 가기엔 딱입니다.
지루할 틈 없이 바쁘지도 않고,
심심한 듯 안 심심한… 뭐랄까,
혼자만의 속도에 딱 맞는 여행지.
…“이 동네랑 나, 잘 맞는다” 싶은 곳.
가까운 곳에서 찾은, 의외의 쉼터.
🌇 8. 변산 – 낙조 보고 울컥하는 나이… 왔구나
변산은 노을 보러 가는 곳입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단, 그 노을이 인생 최대 감동일 수 있음.
노을을 혼자 바라보다
“왜 이렇게 예쁜 거야…” 하며 울컥한 적 있으신가요?
그럼 당신은…
낭만의 레벨이 꽤 높은 편입니다.
변산은 그런 감정을 끄집어내는 곳입니다.
소리도 없이, 그냥 가슴을 건드리는 방식으로.
…변산은 그런 감정을 끄집어내는 곳입니다.
노을이 물든 바다 앞에서, 쉼은 조용히 나를 안았다.
🚂 9. 춘천 – 낭만은 기차 타는 순간 시작된다
춘천은 닭갈비보다 기차입니다.
진짜입니다.
용산에서 춘천 가는 ITX 타면
이미 여행 50% 끝난 겁니다.
창밖 풍경 보는 것만으로도 감성 과부하.
도착하자마자 닭갈비에 막국수,
그리고 또 혼자 커피 마시며
**“나 꽤 괜찮은 사람 같다”**는 망상을 하게 되는 곳.
춘천은 그런 멋짐을 주는 도시입니다.
…춘천은 그런 멋짐을 주는 도시입니다.
기차가 멈춘 그곳에서, 쉼은 내 안에 도착했다.
🌉 10. 여수 – 낭만도, 외로움도 극대화
여수는 낭만이 넘쳐서
혼자 가면 그 낭만에 찔릴 수도 있습니다.
바다, 음악분수, 조명, 게장…
전부 “누군가와 오면 좋겠다”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전 갔습니다. 혼자.
그리고 게장정식을 먹었습니다. 혼자.
게장을 손으로 발라 먹으며,
“괜찮아, 이건 거의 둘이 먹는 거야” 라며 위로했습니다.
그렇게 게장과 낭만을 함께 삼키고 나면
혼자라도 기분 좋아지는 도시, 여수입니다.
…혼자라도 기분 좋아지는 도시, 여수입니다.
여수는 낭만을 닮은 쉼이 내리는 항구였다.
🎌 번외편 예고 – 일본 혼행기
이자카야, 료칸, 그리고 유카타의 배신
국내도 참 좋지만…
사실 진짜 개그는 일본에서 나왔습니다.
오사카 골목에서 라멘 먹다가 국물 튀고,
후쿠오카 이자카야에서 “하이보루 쿠다사이~” 하다
술 2잔 시켜서 혼자 취해 퇴장.
유후인 료칸에서 유카타 입고 정좌하다
다리 저려서 어정쩡한 포즈로 아침식사.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외국인과
몸짓으로 의사소통하다가
결국 서로 웃고 끝남.
그 모든 이야기는
다음 편,
《혼자, 일본을 걷다 – 이자카야에서 료칸까지》
에서 펼쳐집니다.
유카타는… 입는 순간, 몸을 배신합니다.
마무리하며
처음엔 솔직히 두려웠습니다.
혼자 밥 먹는 것도, 혼자 길 찾는 것도,
낯선 도시에서 낯선 밤을 보내는 것도 말이죠.
하지만 몇 번 떠나고 나면 알게 됩니다.
혼자라는 건 불편이 아니라 자유라는 걸요.
시간의 자유,
나를 위한 결정의 자유,
그리고 어떤 생각이든 머물게 할 수 있는
생각의 자유.
그 모든 자유 속에서 나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진짜 ‘쉼’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다음 여행도,
또 혼자일지 모르지만,
이번엔 망설이지 않을 겁니다.
혼자지만, 절대 혼자가 아닌 여행.
그 길 위엔 항상 내가 있었고,
그게 바로 자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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