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존경했던 단 한 사람
“존경”이라는 단어를 곱씹어본다.
우리는 자주 이 단어를 쓰지만, 막상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 누군가를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말하는 건 쉽지 않다.
높은 자리에 있거나 실적이 뛰어난 사람, 똑똑하고 말 잘하는 사람들을 볼 때 감탄은 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곧 존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존경은 좀 더 다르고, 좀 더 깊은 감정이다.
나는 금융회사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수많은 프로젝트를 이끌고, 실적을 쌓고, 사람들과 부딪치며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러면서 많은 상사와 동료들을 만났지만, 시간이 지나도 마음에 선명하게 남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니,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 점심을 함께하는 선배.
회사를 퇴직하고도 여전히 활기차게, 열정적으로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사람.
그 선배는 나에게 처음으로 회사에서 ‘혁신’이라는 개념을 가르쳐준 사람이었다.
모든 것이 관행대로 돌아가던 팀에서, 그는 누구보다 먼저 변화를 말했고,
두려움을 앞서는 도전을 직접 보여줬다.
“우리가 이 방식만 고치면, 더 나아질 수 있어.”
그 말 한마디가 내 일의 방향을 완전히 바꿨다.
그 선배 덕분에 나는 새로운 시각으로 일에 접근할 수 있었고, 실적을 내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성과를 낼 때마다, 그는 나보다 더 기뻐했다.
한 번은 내가 큰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날, 그 선배는 진심으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야, 이건 정말 잘했다. 네가 이 정도 해낼 줄 알았어.”
어깨를 툭툭 두드리던 그 따뜻한 손길은 지금도 기억난다.
회사라는 공간에서 누군가가 내 성취에 진심으로 기뻐해준다는 건,
생각보다 드문 일이다.
진급했을 때는 마치 자기 일처럼 좋아하셨다.
“그래, 이제 시작이야. 넌 더 올라갈 사람이다.”
그 말이 마냥 기분 좋았던 이유는, 단지 칭찬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의 믿음이 내게 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원 졸업을 했을 때는 더했다.
바쁜 와중에도 직접 축하 자리를 마련해줬고,
“너는 진짜 자랑스럽다. 쉽지 않았을 텐데 해냈네.”
그 말 한마디에 그동안의 수고로움이 눈녹듯 사라졌다.
내 성공을 나보다 더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었기에, 나는 그 선배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쁠 때만 함께해서가 아니다.
내가 힘들어 보이면 조용히 다가와 밥 한 끼 사주며 내 얘기를 들어줬다.
무심한 듯 툭 던지는 말 속에도 늘 따뜻한 위로가 있었다.
“요즘 힘들지? 그래도 너 잘하고 있어.”
그 짧은 한마디에, 나는 다시 버텨낼 힘을 얻었다.
그는 항상 배움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었다.
자기개발을 멈추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열정을 가진 사람.
내가 뭔가 배우고 싶다고 고민할 때면 책을 추천해주고, 강의도 함께 찾아보며
나보다 더 적극적으로 길을 열어주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함께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회사 이야기를 넘어 인생 이야기, 세상 이야기, 때로는 그냥 웃긴 이야기까지.
그 시간이 참 좋다.
그런 선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참 많이 위로받고,
참 많이 행복해진다.
나는 바란다.
그 선배가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고, 지금도 여전히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그 사람.
그 삶이 언제나 평안하고 따뜻하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그리고 나도, 그런 선배 덕분에 참 많이 행복했다.
앞으로도 계속, 나도 행복하고, 그 선배도 행복하고,
같이 그렇게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 글을 당신께 바칩니다.
늘 제 곁에 있어줘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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