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정치인 나경원의 ‘드럼통 퍼포먼스’, 이 정도면 셀프 풍자다
정치인이 퍼포먼스를 하는 건 그 자체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퍼포먼스에 내용도 없고, 철학도 없고, 품격마저 없다면? 그건 그냥 한 편의 자기 연출극, 그것도 아주 조악한 버전일 뿐이다.
지금 나경원 의원이 딱 그렇다.
드럼통 안에 들어간 사진을 올리며 “진실을 말하면 드럼통에 들어가는 나라”라고 선언했다. 무슨 대단한 고발이라도 한 줄 알겠다. 하지만 정작 국민은 묻는다.
"도대체 어떤 진실을 말했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진실의 외침'은, 실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퍼포먼스가 문제인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첫째, 밈의 출처부터 불쾌하다. 극우 커뮤니티에서 정치인을 조롱할 때 사용하는 ‘드럼통’이라는 저급한 상징을, 대놓고 현실 정치에 끌어온 점에서 품위라는 개념은 실종됐다.
둘째, 정치적 메시지의 설계가 없다. 누구를 향한 비판인지, 어떤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인지가 전혀 구체적이지 않다. 그냥 ‘나는 피해자다’라는 모호한 자기 연민뿐이다.
더 황당한 건 이 퍼포먼스가 되려 본인 과거를 소환했다는 점이다.
드럼통에 누가 들어가야 하느냐는 질문에 "유류비로 수천만 원 썼던 분은 어떤가요?"라는 반문이 돌아오는 건, 누가 봐도 자충수다.
정치적 타격을 줄 의도로 휘두른 검이, 그대로 돌아와 자기 발등을 찍는 참극.
이 모든 과정이 한때 대통령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더 아찔하다.
이 정도 상상력, 이 정도 기획력, 이 정도 메시지라면 국민은 진지하게 묻는다.
"이 분이 진짜 대통령이 되려고 했던 거 맞습니까?"
정치는 단순한 콘텐츠 싸움이 아니다. SNS를 잘 쓰는 것과 국가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은 다른 차원의 능력이다. 그런데 지금의 나경원 의원은 정치인의 외피를 두른 인플루언서처럼 보일 뿐이다.
눈에 띄는 건 중요하지만, 눈살 찌푸리게 하는 건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원하는 건 한 컷짜리 ‘짤방’이 아니라, 한 문장으로도 설득할 수 있는 진심과 비전이다.
그걸 모른다면, 드럼통에 들어가야 하는 건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치의 품격을 깎아먹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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